다시 불붙은 미국-이란 전쟁, 하반기 거시경제에 드리우는 그림자
다시 불붙은 미국-이란 전쟁, 하반기 거시경제에 드리우는 그림자
잠잠해지는 듯했던 미국-이란 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미국 해군의 호위를 받던 유조선 두 척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휴전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를 명령했다. 국제유가는 이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전황 업데이트, 유가·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그리고 하반기 거시경제 전망까지 순서대로 짚어본다.
1. 다시 불붙은 확전 — 호르무즈 해협 공격과 미국의 재보복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은 한때 오만 등의 중재로 휴전 국면에 접어드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휴전은 매우 취약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다시 확인됐다. 7월 31일, IRGC는 미 해군의 호위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 두 척을 공격했다고 발표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 위반이라며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를 명령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1.22% 오른 배럴당 90.12달러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9% 상승한 배럴당 84.67달러에 마감했다. 주간 단위로는 상승폭이 더 컸는데, 브렌트유는 한 주간 6.9%, WTI는 5.2% 뛰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일회성 충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앞서 2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암살 이후 이란은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와 에너지 시설을 잇달아 공격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중동 전역으로 전선을 확산시킨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4~5주면 끝난다"고 장담했던 전쟁이 이미 100일을 훌쩍 넘겨 장기화된 상황에서, 이번 유조선 공격은 그동안 봉합돼 있던 휴전 체제가 언제든 다시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즉 지금의 확전 재개는 "일시적 소강 뒤 재점화"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2. 유가·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이번 사태가 무서운 이유는 유가 상승이 단순 원자재 가격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은 원유의 6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연간 5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여기에 국내 제조업 전체의 평균 생산 비용은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약 0.7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돼, 기업 수익성 악화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이 흐름이 앞서 발표된 6월 PCE 물가지표의 완만한 둔화세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6월 PCE는 유가 하락 덕분에 헤드라인 기준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다섯 달 만에 처음으로 꺾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확전으로 유가가 다시 뛰면 7~8월 물가지표는 정반대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봉쇄되고 걸프협력회의(GCC)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았던 지난 3월에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주가 하락,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 귀금속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재현될 경우,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이어갈 명분이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
3. 하반기 거시경제 전망 — 성장 둔화와 통화정책의 이중고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는 다시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형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워시 연준 의장이 물가 목표 2%를 재차 강조하며 매파적 태도를 고수한 것도 이런 지정학 리스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가가 재차 급등하면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는커녕 오히려 인상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이중의 압박이 우려된다. 첫째는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기업 원가 부담이고, 둘째는 홍해·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에 따른 수출입 기업의 납기 지연과 운임 상승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인접국에 대한 한국의 직접 수출 비중 자체는 크지 않아 수출액 감소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대중동 대형 프로젝트 지연이나 중동 내수시장 위축에 따른 2차 파급 효과는 계속 주시해야 할 변수다. 자산시장 측면에서는 에너지·방산·안전자산 관련 종목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고밸류에이션 성장주는 금리 재상승 우려 속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결론
미국-이란 전쟁은 "끝난 전쟁"이 아니라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휴화산"이라는 점이 이번 호르무즈 해협 공격으로 다시 확인됐다. 유가 급등은 단순히 에너지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무역수지, 자산시장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의 핵심 변수다. 6월 PCE가 보여준 완만한 물가 둔화 흐름이 이번 확전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하반기 시장은 9월 FOMC뿐 아니라 중동 정세 변화를 하루하루 주시하며 대응해야 하는 살얼음판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 본 글은 공개된 뉴스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분석이며,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