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는 국채를 되사는데, 왜 금리는 다시 오를까 — 워시號 연준이 쥔 패
재무부는 국채를 되사는데, 왜 금리는 다시 오를까 — 워시號 연준이 쥔 패
지난주 미 재무부의 깜짝 발표 하나가 채권시장을 흔들었습니다. 장기 국채금리가 20년 가까운 최고치를 찍자 재무부가 '바이백(buyback)' 카드를 꺼내 든 겁니다. 시장은 즉각 환호했지만, 그 환호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이 국면에서 연준은 어떤 선택지를 쥐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 재무부, 왜 국채를 되사겠다고 나섰나
미 재무부는 8월 19일, 장기 국채(10~20년물, 20~30년물) 구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오퍼레이션 규모를 최소 2배로 늘려 회당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는 9월 9일부터 시행돼 이번 리펀딩 분기가 끝나는 11월 4일까지 유지됩니다. 불과 2주 전 이번 분기 바이백 일정을 이미 공개했던 터라 이례적인 추가 조치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배경에는 10~30년 구간 금리가 20년 가까이 보지 못한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이 있었고, 특히 3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까지 오른 뒤였습니다. 발표 직후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10년물은 4.647%로, 30년 '롱본드'는 5.196%로 급락했고, 증시 선물도 동반 급등했습니다.
2. 그런데 하루 만에 금리가 다시 튀어 오른 이유
여기서부터가 진짜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고, 목요일 들어 금리는 다시 상승 전환하며 시장이 이 조치를 장기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수요일 발표 전 수준을 완전히 넘어서며 반짝 랠리를 통째로 되돌렸고, 재무부 장관 베센트는 다시 공개 발언에 나서야 했습니다. 그는 수요일 발표한 40억 달러 상한이 상한선(ceiling)이 아니라 하한선(floor)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추가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JP모건 애널리스트의 코멘트에 잘 요약돼 있습니다. 이런 개입들은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감추기만 할 뿐, 실제로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CFR의 리베카 패터슨도 선진국들이 국채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조치는 추가적인 정책 변화나 실질적 경기둔화 없이는 지속되기 어려운데, 전자는 가능성이 낮고 후자는 원치 않는 결과라는 딜레마를 지적합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는 한 발 더 나가 이번 예상 밖 바이백 발표와 앞선 엔화 방어 노력을 두고 "행정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읽었습니다.
3. 하필 이 시점, 연준은 내부적으로도 갈라져 있다
바이백이 이렇게 힘을 못 쓰는 배경엔 통화정책 쪽 불확실성도 한몫합니다. 7월 FOMC에서 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지만 3명의 지역 연은 총재가 인상에 찬성하며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는 2016년 9월 이후 처음으로 3명의 위원이 같은 방향으로 이탈한 사례입니다. 여기에 힘이 빠진 채권시장 개입, 9대3의 매파적 반대표, 3분의 1 수준에 머문 9월 인상 확률까지 겹치며 '중립'이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습니다. 문제는 신임 의장 케빈 워시입니다. 그는 취임 이후 전임자들이 표준으로 삼았던 포워드가이던스를 의도적으로 축소해왔고, 54대45라는 현대 들어 가장 근소한 표차로 인준을 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8월 27~29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그가 처음으로 의장 자격 연설에 나서는데, 3명의 매파 위원, 19년 최고치까지 오른 30년물 금리, 그리고 인하를 압박하는 백악관 사이에 낀 상황입니다. 시장이 매긴 확률조차 보도마다 크게 엇갈릴 정도로 이 연설이 9월 15~16일 FOMC 방향을 가를 사실상의 캐스팅보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4. 이 시점, 연준이 쓸 수 있는 카드들
재정정책(바이백)이 이미 한 번 힘을 못 쓴 걸 확인한 지금, 통화정책 쪽에서 만지작거릴 수 있는 레버는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됩니다.
① 기준금리 경로 — 인하·동결·소수 인상론이 공존하는데, 9대3 반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인하는 내부 신뢰를 흔들 수 있습니다.
② QT(양적긴축) 속도조절 — 대차대조표 축소를 늦추거나 조기 종료하면 정책금리 변경 없이도 장기채 수급 압박을 덜어줄 수 있지만, 재무부 바이백과 방향이 겹쳐 '재정 뒷받침' 오해를 살 여지가 있습니다.
③ SLR(보완적 레버리지비율) 완화 — 대형은행이 국채를 더 담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카드로, 금리를 건드리지 않고 수급만 개선할 수 있습니다.
④ 상설 레포기구(SRF) 확대 — 평시엔 잘 쓰이지 않지만 단기 유동성 경색의 최종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⑤ 커뮤니케이션(포워드가이던스) — 가장 값싼 카드지만, 정작 워시 본인이 사전 신호를 줄여온 인물이라 이 카드를 꺼내는 순간 스스로의 전략과 모순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결국 이번 사태가 보여준 건, 재무부의 바이백이든 연준의 다섯 장의 카드든 어느 것도 미국 재정적자라는 근본 변수를 직접 건드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8월 28일 워시의 잭슨홀 연설과 9월 15~16일 FOMC는 이 줄다리기의 다음 이정표가 될 것이고, 그 사이 장기금리의 변동성은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시장 분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